대구미술관 회화아닌 (NOT PAIN-TINGS) 전시 정보 및 후기

지난 주말 대구미술관 '회화-아닌' 전시를 다녀왔습니다. 현대에 살고 있지만 전혀 현대같지 않고 미래의 예술같았던 현대예술에 대해서 도슨트의 해설을 곁들이니 나도 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것에 대해서 조금은 겁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이 드는 기억에 남는 하루였습니다. 


대구미술관-회화아닌-전시-포스터



'회화 아닌' 전시개요

⃝ 전 시 명: 2023 소장품 기획전 《회화 아닌(Not Paintings)》

⃝ 참여작가: 김구림, 김순기, 김신일, 김해민, 데비 한, 류현민, 무진형제, 박현기, 백남준, 오민, 오정향, 왕칭송, 유                       현미, 이강소, 이수진, 임창민, 임택, 권하윤, 전소정 정연두, 정재규, 정정주, 조습 (23명) 

⃝ 전시기간: 2023. 6. 20.(화) ~ 2023. 10. 9.(월)(112일)

⃝ 장소: 대구미술관 1 전시실 (대구광역시 수성구 미술관로 40(삼덕동)

⃝ 출품작품 수: 대구미술관 소장품 중 뉴미디어 및 사진 34점 

⃝ 관람요금 성인 개인 1000원, 단체 700원 / 청소년 개인 700원, 500원

⃝ 관람시간: 화요일~ 일요일 10시~6시 (월요일이 공휴일일 시 그 다음 평일 휴관)


대구미술관 전시기획의 글

대구미술관은 2023년 소장품 기획전 《회화 아닌(Not paintings)》을 개최한다. 미술과 기술 매체의 만남은 캔버스에서 스크린으로, 이미지에서 비디오, 영상으로 확장하면서 미술의 형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본 전시는 비디오 조각, 무빙 이미지, 사진, 싱글 채널 및 다채널 영상 등으로 구성된 대구미술관 소장품을 통해 회화라는 거대 서사를 내려놓고 새로운 관점으로 현대미술을 조명하고자 기획되었다.   

기술과 예술의 만남을 통해 일어난 미술의 확장은 ‘본다’는 것과 미술의 ‘본질적 개념’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가져왔다.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시간의 개입이다. 일순간의 포착이 가능한 사진과 전자 미디어의 도입, 디지털 기반의 컴퓨터 기술은 미술에 비선형적 타임라인을 선사했다. 오늘날 예술가들에게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사진, 비디오, 그래픽 편집, 스캔, 합성, 3D 애니메이션, 가상현실(VR), 다채널 영상은 표현 방식의 선택/확장으로서 이제 새로운 장르에 대한 도전이라기보다 하나의 방법적 도구로서 보편적으로 이용되고 있다. 

본 전시에서는 최신 기술과 매체의 트렌드를 반영하는 동시대 작품들을 출품하기보다는 미술과 기술 매체의 만남으로 인해 나타난 변화와 그 속성을 탐구하고자 한다. 특히 대구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통해 현재까지 적극적으로 수집한 뉴미디어 및 사진 소장품들을 소개하고 동시대 미술의 한 경향을 살펴볼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한다.

전시는 〈확장하는 눈〉, 〈펼쳐진 시간〉, 〈경계 없는 세계〉의 세 가지 섹션으로 구성되었다. 참여 작가는 김구림, 김순기, 김신일, 김해민, 데비 한, 류현민, 무진형제, 백남준, 오민, 오정향, 왕칭송, 유현미, 이강소, 이수진, 임창민, 임택, 권하윤, 전소정, 정연두, 정재규, 정정주, 조습으로 총 23명이며, 34점의 작품이 대구미술관 1전시실에 출품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미술이 아닌, 조금은 낯설지만 동시대의 또 다른 형식의 미술을 접하는 자리로서 관람객들에게 새로운 시각적 경험과 예술적 취향의 폭을 넓히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한다. 대구미술관은 본 전시를 통해 소장품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는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동시대 미술의 물결들을 기민하게 수용하여 좋은 소장품을 지속적으로 수집해 나 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과 함께 도슨트의 해설을 기억이 나는 대로 말씀드립니다. 

만다라

박현기-만다라박현기-만다라


박현기 만다라 1997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60' 17", 93.5øx45cm


사진 중간 중간에 무엇이 보이는데 제가 음란마귀가 씐 줄 알았으나 정말이었습니다.


작품 소개

박현기(1942-2000)는 대한민국의 비디오 아트의 선구자이자 독창적인 예술가로서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국내 비디오 아트의 1세대 작가로서 자신만의 특유한 작품세계를 구축하였습니다.

1974년 3월 20일, 서울에서 개최된 '전위 TV 비디오' 시사회를 통해 박현기는 백남준의 작품인 〈지구의 축 Global Groove〉(1973)을 처음 접하게 됩니다. 이 작품에 충격을 받은 박현기는 백남준의 영향으로 비디오 아트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박현기는 서양의 물질문명과 기술 지향적인 비디오 양식과 달리 자연과 인간, 한국적 사상, 동양적 정신 등을 접목시킨 독자적인(노동 집약적인) 비디오 아트의 예술세계를 형성하게 됩니다.

박현기의 〈만다라〉는 그의 예술세계의 대표작 중 하나로, 1997년 뉴욕의 "박영덕화랑과 킴 포스터 갤러리 특별 교환전"에서 처음 선보였습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신체와 영상의 관계에 대한 박현기의 탐구와 철학적 사유가 뚜렷이 드러납니다. 1990년대 후반에 제작된 이 작품은 매우 노동 집약적인데, 포르노 영상을 잘라내어 81개의 작은 영상 조각을 만들고, 이를 플로피디스크에 저장한 후, 불교 도상을 스캔하여 다시 통합하는 복잡한 작업을 거쳤습니다.

이 작품을 위해 박현기는 뉴욕 소호의 골동품 가게를 찾아가 라마불교 의례용 헌화대를 구입하여 작품 설치에 이용했습니다. 작품은 벽에 영상을 투사하는 것이 아닌 천장을 통해 위에서 아래로 영상을 보여주는 독특한 형태로 구현되었는데, 붉은 헌화대에 영사된 작품은 세 가지 영상으로 구성되며, 불교 도상과 포르노 영상이 혼재되어 나타납니다. 이 작품은 세속적이고 물질적인 세계와 현상계 너머 보이지 않는 세계의 경계에 대한 박현기의 사유와 사색을 담아냅니다.



걸레

김구림-걸레
김구림 걸레 1974/2001
Single-channel video, color, sound 2' 01", H.C.


작품은 약 2분간 진행이 되는데 설마설마하면서 끝까지 봤는데 정말 우리집에 초대하고 싶을 만큼 
깨끗하게 닦는 내용이었습니다.

작품 소개

김구림(1936~)은 한국 미술계에서 활동하던 '제4집단' 해체 이후 학벌과 관련하여 호의적이지 못했던 한국 미술계를 떠나 1973년 일본 도쿄로 이주하였습니다. 그의 작품 중 하나인 〈걸레〉는 한국에서 제작되었습니다. 김구림은 이 작품의 동기를 "일본에서 개인전을 하면서 더러웠던 바닥에서 영감을 받았다"라고 설명하며, 실제로 작가가 2분간을 바닥을 걸레로 닦으면서 새롭게 태어난 바닥에 주목하며 수행의 의미와 시간성에 대한 의미를 부여했습니다.

이러한 〈걸레〉 작품은 1970년대의 비디오 아트에서 중요한 시간성, 행위, 과정들이 모두 담겨 있어서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대구미술관은 이 작품을 2022년에 작가로부터 기증받았습니다. 김구림의 〈걸레〉는 일본으로 건너간 이후에도 한국 미술의 중요한 작품 중 하나로 빛나고 있습니다.





TV Tulip

백남준-TV-Tulip

백남준 TV Tulip 1990
Video installation, color, silent; mixed media Variable installation, ed.1/15(A.P.5)

저는 백남준 선생님을 생각하면 늘 빌 클린턴이 생각납니다.

작품 소개

백남준의 작품 〈TV 튤립〉(1990)은 작은 텔레비전에 뉴스와 광고 영상이 계속해서 흘러나오며, 텔레비전 뒤에는 다양한 모양과 색상의 튤립 이미지가 벽을 장식합니다. 이 작품은 17세기 네덜란드에서 발생한 튤립 파동을 주제로 합니다. 튤립 파동은 16세기 중반부터 튤립이 큰 인기를 끌면서 발생한 경제적인 버블 현상으로, 최초의 경제적 투기 현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튤립의 구근이 매우 높은 가격으로 거래되다가 이후 가격이 급락하면서 많은 투자자들이 파산하게 되었습니다.

백남준은 이러한 부조리한 파동이 과거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도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메시지를 〈TV 튤립〉을 통해 전달하고 있습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인간의 욕망과 관련한 현상들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으며, 우리가 과거와 비슷한 경험과 문제들을 겪고 있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백남준은 자신의 작품을 통해 역사와 현실을 연결하여 관객들에게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1/24초의 의미


김구림-1/24초의-의미
김구림 1/24초의 의미 1969
Single-channel video, color + B/W, silent 9' 12", H.C.


영상을 보다 보니 난해함을 넘어 공포감이 찾아왔습니다.

작품 소개

김구림(1936~)은 한국 미술계에서 아방가르드 정신으로, 기존 예술 개념의 형식을 타파하고 실험적인 예술 활동을 해온 독보적인 작가입니다. 그의 작품 〈1/24초의 의미〉는 "한국 최초의 실험영화"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이 작품은 근대화된 한국의 모습과 도시 속 현대인들의 일상적인 장면들이 빠르게 교차하는 영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영상 속에는 빽빽한 대중들, 고가도로, 공사 비계가 노출된 고층 빌딩의 모습 등이 등장하며, 특히 영상 중간에 하염없이 하품을 하는 남자의 모습은 당시 도시인들의 고단함과 권태로움을 동시에 담아냅니다. 이 작품은 상영 당일에 필름이 끊어져 발표되지 못한 사건이 있었으며, 이로 인해 김구림은 퍼포먼스로 작품을 대체했다고 전해집니다.

김구림은 이 작품의 제목을 지을 때 24컷이 1초가 지날 때 동영상으로 변화하는 모습을 보고 결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처럼 김구림은 기존의 관습을 벗어나 고유한 시각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작품을 창작하며, 실험적인 예술적 시도를 통해 한국 미술계에서 독창적인 작가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항상 현대예술을 접하게 되면 음악, 미술 할 것 없이 그 어떤 것도 저에게 희망이 되지 못해왔었고 늘 같이 들었던 생각은 '이것은 나의 것은 아니구나' 생각만 줄곧 해왔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수고해 주신 도슨트의 해설이 그런 저에게 조금은 위로가 되고 또 힘이 되는 말씀을 해주셨는데요. 바로 "작품을 대할 때 언뜻 이게 무엇인지 또 무엇을 의미하는지 쉽게 와닿지 않을 때가 많지만 작가의 의도를 아는 것은 예의 수준에 지나지 않고 정말 중요한 것은 작품을 보고 느낀 자신의 감정이 곧 정답이다"라는 말씀이었습니다. 

내가 느낀 바가 정답이라는 용기가 생기니 이날 보았던 작품들에 대해서 조금은 이해가 되는듯한 착각과 함께 편안함이 찾아왔고 앞으로도  높아만 보였던 미술관의 문턱을 자신 있게 들어갈 수 있게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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